あらすじ
의외
공표(창작)연도: 『조선지광』, 1928년 4월
어느 해 이른 봄날 저녁때이다.나는 동지 군을 만나보려고 C K동을 향하여 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길을 걸으면 간혹 고개를 수그리고 걷는 버릇이 있다. 그래 이날도 한참 동안 고개를 수그린 채 걸어가다가 다시 숙였던 머리를 든 때에 나는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어느 집 대문 안에서 비척거리고 나오는 한사람의 거지이다. 나의 눈 속으로 들어온 그의 모양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만치 남루한 의복, 말이 의복이지 갈갈이 찢겨 있어서 군데군데 살이 나온다. 추악한 얼굴이다. 지나간 겨울동안에 한번도 세수를 아니한 듯한 새까만 얼굴이지만은 어디서인지 많이 본듯한 낯익은 얼굴임이 틀리지 않는다. 더구나 약간 얽은 것이 나의 옛 기억을 새롭게 하여주었다. 그는 틀림없이 석복이 아버지였다.
자화상
공표(창작)연도: 『조선문학』속간,1936년 8월
내가 그림을 시작한지 그럭저럭 십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매 없는 살림을 억지로 쥐어짜 그린 그림이라 그다지 적지는 않았다. 그래 수 삼년 전부터 나의 미술생활을 이해하는 친한 친구간에 몇번이나 나를 위하여 나의 개인전람회를 암암리에 계획하는 것을 눈치 챌 적마다 나는 한사코 그들을 말렸다. 세상에 내놓기는 아직 미숙하다는 것이 언제든 유일의 구실이었다. 허면 그들은 ‘어느 때가 와야 익숙해지느냐’고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