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이혼해요, 이제”
추억할 것 하나 없는 결혼이었다.
원수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 남편은 무심하고 매정했으니. 상처뿐인 사랑이었다.
“뭐?”
“진심이에요, 이제 더는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할 거 없어요.”
수도에 버려두듯 방치하는 것도 저를 향한 모욕에 침묵으로 동참하는 것도 순간순간 드러나는 증오와 환멸들도 이젠 지쳤다.
길어봐야 1년뿐인 시한부 삶.
이제 와 그를 떠나 행복을 찾겠다는 건 아니었다. 그를 떠난다 해도 행복은 없었으니.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이었다. 그를 위해, 또 저를 위해.
더는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이혼, 그래 해야지. 너같은 여자와 평생을 살 순 없으니.”
으득, 힘줘 물은 듯 이가 갈려나가며 양뺨의 근육이 도드라졌다.
“그렇지만 네가 원하는 때는 아니야.”
분명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는 진심으로 분개하고 있었다.
***
“네가 날 피해 도망친 곳이 고작 여긴 가?”
제 모든 일정과 계획을 망쳐 놓은 채 유유자적한 낯으로 독서를 즐기고 있는 체이드니를 보자 짜증이 일었다.
“뭐 하는, 누구세요?”
당황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체이드니에 테오란도의 얼굴 위로 짙은 짜증이 묻었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연기란 말인가.
“그만 돌아가지.”
“아아, 아파요! 놔 주세요!”
이곳에 오기까지 일주일. 더는 그녀의 장단에 맞춰줄 의지도 시간도 없었던 그는 악을 쓰는 체이드니를 무시하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목놓아 울기 전까진.
“페레노 공작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체이드니는 겁박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제 아비의 옷깃을 부여잡고 서글프게 울어댔다.
마치 저 같은 건 정말 모른다는 듯.
“체이드니는 공작님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지난 시간을 모두 부인하고 싶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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