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달달물 #중반 피폐물 #오메가버스 #후회공 #통제공 #도망수 #임신수
필사적인 도망 끝에 붙잡혀 온 방안에는 큰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큰 창문은 무언가에 막혀 용도를 다하지 못했고, 방안은 온통 어두웠다.
마치, 이제부터는 불빛 한 줌도 이안의 허락이 없으면 닿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 같아 녹스는 연신 몸을 떨며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녹스를 데려오는 내내 어떤 시선도 말도 주지 않던 이안의 눈이 느릿하게 움직여 녹스에게 고정됐다. 녹스는 무감각한 눈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느끼고 몸을 더 움츠리며 떨었다.
금방이라도 숨통을 옥죄일 듯 날서있는 페로몬, 온도를 알 수없는 눈, 물건과 같이 다루는 손길 무엇 하나 녹스에게 익숙한 것이 없었다.
이전보다 야위어 뼈가 툭 불거진 몸, 그 사이 조금 불러온 배를 끌어안고 있는 녹스를 집요히 훑어보던 남자는 이내 침대에 놓여 있는 무언가를 들고는 녹스에게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이안을 보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 녹스의 목에 차갑고 단단한 금속이 닿았고 이내 빠듯하게 목을 옥죄며 채워졌다.
가늘고 긴 목을 가린 목줄을 바라본 이안은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화사한 미소를 머금었다.
“처음엔 이름을 새겨 넣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녹스 네 눈을 닮은 에메랄드가 좋을 것 같아서 생각을 바꿨는데, 잘 어울리네.”
온몸을 긁는 섬뜩함에 녹스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물리려는 찰나였다. 먹잇감을 감시하듯 날카로워져있던 눈이 순간 번뜩였다.
“읏!”
가차 없이 목줄에 달린 고리를 잡아당긴 이안은 목이 졸려 괴로워하는 녹스를 귀엽다는 듯 보며 다정한 목소리를 냈다.
“녹스, 방 마음에 들어? 연구소에서 지내던 방이랑 똑같이 재현해놨어. 고양이들은 환경이 바뀌면 힘들어한다며, 익숙하지 않아서 가출했던 게 아닌가 싶어서.”
“그, 그게 무슨.”
생리적인 현상으로 눈물이 차오른 눈을 바라본 이안은 더욱 화사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원하던 대로 여기서 계속 새끼 치면 돼. 배 마른날 없이 지내게 해줄게. 아 물론, 새끼를 키울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애는 태어나자마자 연구소로 보내질 거야. 전쟁에 사용할 수 없는 하자품이면 아마 폐기 처리해야겠지?”
“안, 안돼요. 싫, 싫어요 그런 거. 읏!”
부정의 말이 녹스의 입에 담기자마자, 벌을 주듯 다시금 목줄이 당겨졌다. 어느새 미소 한 줌 찾아 볼 수 없이 매마른 얼굴은 감흥 없는 눈으로 우는 녹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내 남자의 엄지손가락이 흘러내린 눈물로 범벅이 된 입술을 가르며 입안에 침범했고, 녹스의 혀를 세게 짓눌렀다.
“이제 이 입은 내가 주는 것만 받아먹고 백치처럼 좋다는 말만 내뱉어야 할 거야.”
혀가 눌려 말을 할 수 없는 녹스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뻗었다. 이안의 옷깃을 급히 붙잡았지만, 이미 분노로 제정신이 아닌 이안에게는 닿지 않았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걸로 하자. 천천히 다시 가르쳐 줄게.”
녹스가 허겁지겁 고개를 도리질 치자 이안이 쯧하고 혀를 찼다.
“멍청한 우리 나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네.”
현실을 회피하려는 모습에 조소를 내비추던 이안은 목에 채워진 금속을 보곤 기색을 누그러트렸다. 앞으로 시간은 많았고, 녹스는 이방에서 나오지 못할테니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각인시켜주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나씩 규칙을 정해주는 걸로 할까? 어기면 벌을 줄 거니까. 잘, 지키는 게 좋을 거야.”
이윽고 이안의 커다란 손이 애처롭게 떨고 있는 손으로 향했고, 겹쳐진 손을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며 이야기했다.
“왜 이렇게 떨어대. 새끼 밴 상태에서도 씨받을 생각하니까 좋아서 그래? 더 음란해져서 돌아왔네.”
손등에 맞닿은 감촉에 잠시 시선을 아래로 뒀던 녹스가 공포로 얼룩진 눈을 들어 이안을 바라봤다. 그리고 녹스는 깨달았다.
처음으로 연구소 밖 세상을 알려준 남자는 더 큰 감옥을 준비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제 아이의 목숨은 여전히 남자에게 쥐어져 있다는 것을….
*계약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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