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전하… 저는 음식에 독을 탄 적이 없어요. 아시잖아요. 제가 대체 왜,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 네가 그랬을 리가 없지. 내가 그런 거니까.”
황제조차 견제하는 공작가의 외동딸로 태어난 엘리나 에스트리아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건 고작.
“카이안 오빌리언이 널 사랑하는 걸 알았는데 어떻게 살려둘 수 있겠어. 그 새끼가 죽도록 절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텐데.”
에고니아 제국의 아름다운 쓰레기, 베르딘 페르니아가 증오하는 남자의 짝사랑 상대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고작 그따위 이유로 죽어야 했다면, 차라리 그의 마음을 받아주어 황태자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 모습이라도 봐야겠다고 엘리나는 결심했다.
그런데.
“제가, 좋다고요.”
“네. 믿기 힘드신 건 알지만…….”
“아뇨, 엘리나 양의 말을 믿습니다. 얼마 전까진 베르딘 전하를 좋아하셨고요.”
“…….”
“저 다음에는 누구를 좋아하실 예정입니까?”
이번 생엔 그저 받아주면 될 줄 알았던 남자가 자꾸만 벽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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