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두팔.”
“왜.”
“니 대학 어디 간다 했지?”
“목표는 연희대. 근데 왜?”
“아, 내는 파란색 안 받는데.”
“그럼 니는 고림대 가라미.”
“은다. 빨간색 포기하께. 니한테 찝쩍대는 개쉐이들 감시하러 가야 된다.”
2009년, 열여덟의 여름
우리는 스무 살 신촌의 풍경에 함께 존재하기로 약속했었지.
“두영아, 먼저 가 있어라. 따라갈게. 1년만. 1년만 기다려줘.”
너의 말에 기대어 보낸 1년의 기다림은 무용한 일이 되었다.
“내는 참는 것도 잘하고 기다리는 것도 잘하고 KTX로 두 시간 걸려서 오는 것도 아무렇지 않단 말이야.”
“그만, 두영아. 이제…… 그만.”
스물하나, 결국 신촌에는 나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리고 그 애를 다시 만난 건 11년 후 을지로에서였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한 유월의 어느 날.
“자, 인사드립시다. 일단 여기는 원체 유명하셔갖고 뭐 대신 소개할 끼 있나 싶은데, 한국인 최초 NBA 올스타 함준희 선수! 오늘 일일 행원으로 수고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함준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독히도 잊으려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그 애는 태연하게 나를 다시 11년 전으로 되돌려 놓으려나 보다. 괘씸하게.
그렇다면 밀어내야지. 잊은 척해야지.
네가 떠나버린 빈자리를 메우려던 지난날이 너무 서러웠던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