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으로 일찍 생을 마감했지만, 이름 모를 곳의 막내 황녀로 환생했다.
비록 몸은 살짝 약하지만, 돈도 많고, 가족들도 상냥하고, 전생의 병실 친구들한테 배운 취미도 써먹을 수 있으니 꽤 나쁘지 않은 환생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삶도 시한부라는 걸 알기 전까진.
아니, 또요?
게다가 환생도 아니었다. 빙의였다!
일찍 죽은 탓에 가족들은 평생을 후회하고, 제국에는 재앙이 찾아오게 만드는 시한부 막내 황녀. 그게 나였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죽음까지 앞으로 4년, 나는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가기로 했다.
* * *
“……그러지 않았으면 해서 비밀로 했어. 미네를 기억할 때면, 항상 해맑게 웃는 얼굴이었으면 좋겠어서.”
“뭐야, 그게.”
"그래도 인사할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죽어도 흑화하지 않게 가족들의 정신을 단련하고,
"우리 물고기 친구. 나 없이도 밥 잘 챙겨 먹고 건강해야 돼?"
간간이 취미 생활도 좀 하고,
"기죽지 마! 네 잘못 아니야!"
어쩌다 보니 재앙을 부를 메인 빌런도 주웠다.
근데 이 빌런, 왜 이렇게 불쌍해? 얘를 구해 줬다간 죽기 전까지 침대 신세를 못 벗어날 거라고?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좀 보람차게 쓰지 뭐.
* * *
"큰일 났다. 너 이제 나 책임져야 돼."
농담 삼아 한 말이었다.
분명 못 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습을 감췄던 녀석이 내게 돌아왔다.
"책임져 달랬잖아. 그래서 이렇게 왔는데."
완전히 흑화한 상태로.
"다른 남자랑 결혼할 거면, 차라리 날 죽이고 해.
남편 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너... 내가 알던 걔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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