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아든 대공 전하를 만나러 왔습니다. 난 그분의 딸이에요.”
엄마가 아프다.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약혼자였던 친부를 만나러 올 수밖에 없었다.
한미했던 엄마의 가문을 무시하며 괴롭혔던 대부인이 있는 곳, 엄마의 치유 능력만을 원하며 무심하고 오만한 남자가 있는 곳으로.
엄마에게 잘해줬던 사용인들도 만나고, 엄마와 비슷한 색을 가진 두 형제도 만나고.
자신과 똑 닮은 대공 전하도 만났다.
“아. 아버지구나.”
루시는 그렇게 여덟 살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났다.
*
“대공 전하, 인사드립니다. 루시 실바예요.”
남인 듯 깍듯하게 인사하는 딸을 보며 아든은 헛웃음을 지었다. 외모는 물론이고 하는 짓도 저를 닮았다.
“아파서 피부가 약해요.”
제 엄마를 만지지 말라고, 아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과 똑같이 아이의 엄마인, 아이셀을 아꼈다.
“엄마가 다 나으면 나갈 거예요.”
이 집에 온 건 오로지 치료 목적이었다고, 아이가 당당하게 말한다. 이 빚도 꼭 갚겠노라고.
“허약한 네 엄마를 데리고 나간다고?”
아든이 아이를 매섭게 다그쳤다.
“그러다 또 아프면. 널 돌보겠다고 아이셀이 무리하면. 그때 또 수레에 엄마를 실어 올 건가?”
아든은 자신과 똑같은 보랏빛 눈동자를 마주하며 단단히 일렀다.
“네 엄마는 물론이고 너도 여기에서 못 나가.”
성질머리까지 닮은 아이의 고집을 꺾으려면 아든은 강하게 나가야 했다.
그런데도 빳빳이 고개를 든 아이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이, 원하지 않았잖아요. 저 싫어하잖아요.”
이어지는 루시의 말에 아든은 긴 한숨과 함께 이마를 부여잡았다. 과거에 멋모르고 한 말이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그것까지, 아이는 정말로 자신과 똑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