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하아…, 신부님.”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듯한 소리에도 엘리아는 늘어진 채 숨만 가쁘게 쉬었다.
온몸을 짓누르는 알파의 페로몬과 한차례 몸을 휩쓸고 간 쾌락의 파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알파와 오메가가 서로 간의 열기를 해소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늘어져 있던 엘리아가 정신을 차리고 초점을 단테에게 맞출 때쯤.
“우리의 첫날밤은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내 신부님.”
금빛 눈동자를 내리깐 채로 그가 나른히 웃었다.
긴 밤의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
영문도 모르는 채 죽임을 당하고 나니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왕세자가 죽었던 장례식 날로.
“너를 지켜줄 수 있는 변변한 가문도 없는데. 이대로 왕궁을 나간다면 네 처지가 어떻게 될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겠지.”
왕자인 자신이 보호해주지 않으면,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짐승들 사이에 던져지는 꼴이라고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옆자리도 안전하지는 않다는 걸 안다.
그러니 또다시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 했다.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왕궁에서 벗어날 방법.
“나와 거래를 하자고?”
낮고 부드럽게 말하는 음성과 달리 금빛 눈동자에 사나운 빛이 스몄다.
이 남자는, 위험했다.
‘하지만… 없어. 방법이.’
거래하는 상대가 악마라도 엘리아는 그 손을 잡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