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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을 깨달았을 땐 사랑이 하고 싶어졌고, 소설 내용을 깨달았을 땐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윈터 스타인. 나의 첫사랑.
그에겐 태중에서부터 결정된 숨겨진 약혼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책 속 여주인공이었다.
이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이 계약에, 사랑이 단 한줌이라도 있습니까."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에게 낱낱히 내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 차에, 사랑이 조금이라도 녹아들어있습니까."
그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라 자만하며 그의 옆자리를 독점했다. 여주인공은 별다른 일 없이 이 능력을 가질 것이었다.
1년 뒤에.
"저를... 사랑하시냐 물었습니다."
"..."
"되었습니다. 제가 말이 많았군요."
책 속 세테이나 네글자는 분명 악녀였다. 아마도 전생을 자각하지 않았다면 분명 그리 되었으리라고 그녀 자신도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은 없다. 그게 그녀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식은 언제 올리시겠다고요?"
"다음주. 헬레보루스가 만개한다는 때에 잡아두었습니다."
윈터는 그제서야 찻물을 한모금 하며 답했다.
"좋아하시잖습니까."
***
세테이나의 인생은 나락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마물에게 가족을 잃고, 천상의 아름다움이라 칭송받던 외모까지 잃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불씨를 피우는 단 하나의 감정이 있었으니. 전생을 자각함과 동시에 그녀는 제 사랑도 자각해버렸다.
'내가... 윈터를 좋아했었구나?'
북부를 이어갈 가주 후보로 태어난 윈터. 그녀가 아카데미에서 만난 첫사랑이었다.
뒤늦게 찾아온 자각에 그녀는 하루아침에 다른 인물이 되어버렸다.
"르망.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할 거니."
"고백해야죠!"
"어떤 방식이 가장 좋니."
"역시 직접 말하는 게 좋죠! 편지로 하면 되게 무성의해보이잖아요."
화르륵-
세테이나는 그간 적어왔던 러브레트를 모조리 불살랐다. 이글거리는 불꽃을 보며 그녀는 고심했다.
북부 지대로 들어가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북부의 성에 기사로 징집되는 것.
'... 입영해야 하나?'
다행히도 그녀는 입영 외의 다른 방법으로 북부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물이라 일컫는 것들의 정체를 알게 된다.
위급한 상황에서 전생의 기억과 천재적인 두뇌로 헤쳐가던 세테이나. 그러다 윈터를 대신에 마물에게 물리고 마는데.
변이가 시작된 자신을 쫓아온 윈터에게 세테이나는 숨겨왔던 진심을 전한다.
"좋아해."
그 때는 몰랐지. 그 고백이 수갑 철컹철컹 엔딩으로 끝날지.
*
눈을 뜬 세테이나는 위험하단 명목 하에 윈터와 같은 방을 쓰기 시작했다. 게다가 돌연변이가 된 그녀에겐 특별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었다.
윈터는 세테이나가 방패삼아 둘 사이에 끼워넣었던 배게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두터운 겨울옷으론 가릴 수 없는 손등에 입술을 맞추었다.
"가만히."
"읏...! 그만!"
선천적으로 마나가 없이 태어난 그에게 나는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매일이고 침실에 묶어둘 만큼.
"그대는 나만이 만질 수 있습니다."
붉게 변한 눈을 하고서 윈터는 세테이나의 쇄골에 다시 입맞춤을 이어갔다. 늘 하얗게 희던 피부에서 열기가 흐르면서 분홍빛을 띠었다.
"어느 누구도, 그대를 앗아갈 수 없습니다."
행여 저를 다치게 할까 옴짝달싹 못하는 세테이나에 윈터는 반듯하게 웃음을 그렸다. 무언가 복잡한 얼굴인데, 싶었던 그는 조심스럽게 뺨을 손등을 쓸었다.
그녀는 저보다 연약한 존재가 결코 아닌데도.
"그러니 얼른 도장을 찍으세요. 우리의 혼인이 벌써 한 달 뒤랍니다."
콰직!
윈터는 박살난 침대헤드를 보면서 또 주문을 넣어야겠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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