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한 남주에게 집착하는 여사친 역할의 악역에 빙의했다.
망할.
그나마 다행인 건 원작 시작 전이라는 것.
그러나 안 다행인 건 빙의된 순간부터 보이는 창 속 문구였다.
[<가이드> 당신의 키워드는 ‘집착’입니다.]
[<가이드> 원작의 설정값대로 ‘집착력’을 일정 이상 채울 시 원작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원작은 날 제 입맛대로 가지고 놀겠다 선언하고 있었다.
절망에 빠져있는데 생각해 보니… 원작 시작 후라는 말이 없잖아?
그럼 지금 하면 되잖아. 원작이 시작되기 전 꼬꼬마 시절에.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남주를 졸졸 따라다니며 온갖 소설에서 습득한 집착 멘트를 날렸다.
“난 꼭 너랑 결혼할 거야, 아스라드”
“너의 그 붉은 눈동자가 너무 예뻐. 내 보석함에 넣고 싶어!”
“나 네 손이 너무 귀여워. 항상 나랑만 손잡으면 좋겠어.”
어린아이인 만큼 집착 멘트를 조금 순화했으나 남주의 입장에선 공포나 다름없을 말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심의 일격까지 날려주었다.
“네가 영원히 내 것이 되었으면 해. 남들이 갖지 못하면 망가트릴 거야.”
이로써 집착력 100을 달성하여 원작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때마침 우리의 연약한 남주는 요양을 위해 머물렀던 우리 저택에서 떠나게 되었다.
나는 비로서 자유의 몸이 된 것이었다.
***
그렇게 원작에 대해선 잊고 살았다. 돈 많은 백작 영애의 삶은 너무도 행복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자마자 한 것은 소개팅이었다.
행복한 연애를 할 생각에 부풀어 자리에 나갔는데,
“오랜만이야, 린.”
“아스라드…?”
대체 왜 남주가 내 소개팅 상대로 나오지?
“린. 나는 네 것이 되기 위해 다시 돌아왔어.”
그리고 대체 왜 개소리를 하지?
“왜 아무 말도 안 해? 설마 이제껏 날 가지고 논 거야? 나는 너만 기다리며 어느 여자도 안 만났는데…. 혹시 날 망가트리고 싶었던 거야, 린? ”
심지어 개소리를 가련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눈물이 똑 흐를 것 같은 눈으로 말한다.
갑자기 나타난 남주 덕에, 졸지에 나는 쓰레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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