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를 닮은 눈이 선뜩하니 빛났다. 섬세하고 굵은 손이 허벅다리를 짚는다.
그의 입술이, 숨결이, 윗입술에 얄팍하게 닿았다.
“이런 걸, …좋아했잖아. 그치?”
섬뜩했다. 등줄기로 소름이 돋는다.
이런 사람은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당신이 아니다.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는 ‘다른 존재’였다.
비올렛은 눈앞의 ‘존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새파란 눈동자가 결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맞아. 그랬지. 그런데 너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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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 것은, 산적에게 쫓길 때였다. 나를 구해준 그는 자신이 사냥꾼이라고 했다.
잘생긴 데다 이지적이고, 또 능력까지 넘치는 이 남자가 정말 사냥꾼일까?
“눈 감아, 비올렛.”
“정말 별 뜻이 있는 건 아니니까, …알다시피 여기 열원은 나 뿐이고, 괜찮겠어?"
“세상에 그런 건 없어. 지금은 아파서 그런 거야. 낫고 나면, …괜찮을 거야.”
게다가 너무 다정하고 상냥해서,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
“그 체구에 턱수염까지! 산적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다정하잖아요!”
“입이 살아난 걸 보니 확실히 괜찮아졌나보군. 이젠 실례라는 생각도 안 하는 거야?”
외로웠던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저씨도…….”
“응?”
“세레나데 불러본 적 있어요?”
“듣고 싶어?”
카렐이 낮게 웃었다. 이윽고 귓가로 속살거리듯 부드러운 멜로디가 내려앉았다.
그저 사랑하기만 하면 되었던 그때는 알지 못했다.
곧 그와 작별하게 되리란 것을,
내가 죽고마리란 것을,
그때문에 그가 나와 세상을 맞바꿔버릴 것이란 사실을.
이제는 내가 그를 살릴 차례였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심장에 칼을 꽂아 그를 죽여야만 한다.
멈추어버린 그의 시계 바늘을 돌리기 위하여.
다정한 그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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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 Doyen Gustave - A Young Beauty Wear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