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당하기 직전, 분명 도망갈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준 물을 마시자, 피를 토하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윽. 내게 무슨 짓을…!”
“저들이 황녀님의 목을 원합니다. 제국이 망하게 둘 순 없지 않습니까.”
난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남자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는 내 오랜 짝사랑 상대이기도 했다. 단 한 번도 내비친 적 없는 마음이지만.
이렇게 내 뒤통수를 거하게 친다고?
“이 나쁜 놈!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하도 티가 나서 저도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습니다만.”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었지. 이젠 좋아하지 않을 거야! 죽어서도 네 놈을 영원히 저주할 거라고.”
“예. 그러시지요. 그렇지 않아도 부담스러웠거든요. 다신 저 같은 것을 좋아하지 마십시오.”
난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힘을 동원해 그를 저주했다.
***
어째선지 죽임을 당하기 몇 달 전으로 돌아왔다.
내가 돌아오자마자 한 일은.
“오늘부로 해고야. 다신 만나지 말자고.”
그런데 그가 또 새 호위 마법사로 발탁되어 나타났다.
“해고라고 했잖아! 다신 보지 말자고 했을 텐데?!”
“왜 자꾸 절 해고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거라면 말씀해 주십시오.”
곁에 두었다간 또 내 목을 칠 것이 분명했다.
***
“황녀님. 입맞춤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뭐, 뭐라?!”
이젠 내게 못하는 소리도 없다.
그러니 제발.
누가 이 남자 좀 떼어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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