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혼해주세요.”
내 남편이 전장으로 떠나는 날, 새벽. 나는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가 전쟁터로 떠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그러나 내 남편은 전쟁터에서도 편지를 보내며 내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그 정성에 결국 내가 감동하여 그에게 처음으로 답장을 보냈던 그날.
“그이가, 사망했다고?”
내 남편은 내가 편지를 받았던 날, 이미 전사했었다.
***
대공저의 은거하는 과부가 되어, 매일 밤 그를 그리워하고 후회했다.
그가 죽은 뒤에야 사랑했음을 깨달았다.
미련과 회한이 단 5년만에 내 눈을 멀게 만들었다.
그때.
“영험한 마녀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들의 낭설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마녀를 만났고, 그녀는 내게 거래를 제안했다.
“넌 네 과거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목숨엔 목숨. 네 남편이 죽은 날, 네가 죽게 될 것이며, 너는 다른 여인의 몸에서 다시 깨어나게 될 거야. 그래도 좋나?”
당연히 나는 거래를 받아들였다.
***
과거로 돌아간 내가 죽은 뒤.
나는 이곳이 사실 내 남편이 후회남주인 세계관의 소설임을 깨달았다.
죽은 아내 역할이었을 뿐인 나는, 이 소설 속에서는 엑스트라에 빙의한 상태였다.
한편,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내 남편은 시력을 잃고, 폭력적인 이가 되었다고 한다.
시력을 잃고 포악하게 날뛰는 그를 달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드나들었지만, 그 누구도 그를 돌보지 못했다.
나는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여인이 되어 그의 곁에서 머무르기 위해 돌아가기로 했다.
내가 아닌 진짜 여주인공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것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의 곁에서 그저 묵묵히 보필하는 것뿐이라고 해도.
막 대하는 그의 곁을 지킬 뿐이라도, 난.
그를 보호할 수만 있다면 좋았다.
그렇게 보답 받지 못할 내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심지어는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뒤에도.
“착각하지 마. 내가 널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이제 그로부터 도망치기로 했다.
내가 사라진 것을 깨달은 그가 미쳐서 쫓아올 줄은 알지 못하고.
“널 임신시킨 그 새끼의 목을 베어올 때까지 여기서 잠자코 기다려. …넌 다시는 그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을 테니까, 에르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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