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물/후회가족물/후회남/어쨌든다들후회함/상처여주/무심여주]
“내가 당신이 좋아 약혼한 것 같습니까? 주제를 알아야지, 록산느 보셴.”
'까마귀 공녀' 속 자신과 동명이인인 사생아 록산느가 된 체스테인 가의 금지옥엽 록시.
'까마귀 공녀'가 시작한 지 30분. 이제 막 첫문단의 문을 열 순간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록시는 이미 2년 전에 빙의를 했다는 거였다. 원작이 시작하기도 전인 2년 전에.
그러니까.
“역겨운 냄새가 풍기니, 집 안에서는 돌아다니지 마. 방에나 처박혀있어.”
자신을 위해 달려오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비아냥 거리는 가족들과.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레이디 뒤부아. 두십시오. 알아서 갈겁니다.”
당당하게 바람을 피는 약혼자와.
“저러니까 얀비에르 소후작이 밖으로 나도는 게 아니겠어요?”
아무도 자신을 감싸주거나 두둔해주지 않는 이 세계에서. 4년을.
지독한 꿈이기를 바라는 밤은 더는 보낼 수 없었다. 록시는 '까마귀 공녀'가 시작한 첫문단에서, 하나를 결심했다.
“……아니, 시내 말고 강변 근처로 가주세요.”
죽으려고 갔던 곳에서 돌아갈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줄은 상상도 못 하고.
*
“제가 위협을 느낀다니. 웃기는 말 마십시오. 아니. 아니, 그럴리가. 어차피 당신은 나와 약혼했어. 지금에야 그 빌어먹을 놈이 좋다고 해도 너하고 버진로드를 걸을 사람은 결국 나라고, 록산느.”
갑작스럽게 집착하는 약혼자나.
“뭐라고? 니가, 뭐를 해? 웃기는 소리 집어치워. 니가 어딜 간다고. 널 버린 친모는 죽은지 4년이나 넘었고, 어디 적당한 연도 없는 주제에.”
“미안해, 록산느. 미안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제발.”
미안하다고 매달리는 가족이나.
“결국 그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 아닌가? 나한테 와, 록산느 보셴.”
제게 오라고 말하는 원작의 남자주인공을 피해서.
록시는 돌아갈 생각이었다.
자신의 세계로.
록산느 보셴이 아닌, 록산느 체스테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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