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다른 사내를 만나도 됩니다.”
그 말은 초야를 치르던 침대 위에서 들은 말이었다.
“이미 마음을 준 여인이 따로 있습니다.”
10년 넘는 세월을 짝사랑한 상대에게서.
“그러니 1년 후엔 이혼하는 걸로 하죠.”
그에게는 가문에서 밀어붙여서 어쩔 수 없이 한 결혼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래된 연인이 있다는 건 전혀 알지 못했었다.
“사례는 하겠습니다.”
그렇게.
그와 잠시간만이라도 부부가 된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려 했었다.
그러던 중
술에 취한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말았다.
그에겐 실수였고, 나에겐 사랑이었다.
“혹시 어제 제가 부인께 끔찍한 실수를 한 건 아니길 바랍니다. 마음도 없이 몸을 나누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날 아이가 생겨버렸다.
“네, 아무 일 없었어요.”
그러나 그 사실을 끔찍해하는 남편에게 차마 알릴 수가 없었기에.
1년을 채우는 날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
그가 바라던 대로.
****
그렇게 지독한 짝사랑을 지워내기 위해 멀리 달아났다.
나는 그가 제 연인과 잘 지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이가 다섯 살이 된 그 날, 그가 나를 찾아와 말했다.
“일리야, 이 아이가 제 아이입니까?”
그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더는 내 가슴을 달음박질하듯 뛰게 만들 수는 없었다.
저택에서 달아나면서 그의 끔찍한 연인, 그리고 그도.
전부 내 가슴 안에서 완벽히 죽은 사람들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렇기에 차가워진 가슴으로 그를 대할 수 있었다.
이제 그를 보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 나를 지독히도 비참하게 했던 그 모든 감정의 찌꺼기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아이와 함께 돌아갑시다.”
“....”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었다는 걸 압니다. 제가 미련했습니다.”
더는 그를 봐도 아무렇지 않았다.
“당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가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아뇨. 필요 없어요.”
일순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우습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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