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천 년 묵은 이무기, 용 못 된 이무기가 바로 나다.
‘빌어먹을 하늘의 노여움.’
부모님이 노여움을 산 건데, 왜 나까지 용이 못 되는데!
속으로 이를 바득 갈면 뭐 하겠는가.
나는 비구름 밖에 몰 줄 모르는 천한 이무기이고, 그는 천하 최고신 옥황상제인데.
“제 혼을 먹어주세요.”
올해로 용 못 된 이무기가 된 지 백년째, 한 여인이 내게 영혼을 받쳤다.
그녀의 혼을 먹자, 그녀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옥황상제의 총애…가 아닌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선녀로.
뭐, 이무기때도 옥황상제에게 미움받았는데 이 정도쯤이야.
상제를 어떻게든 구슬려서 이무기에게 내린 저주를 풀게 하려고 했었다.
“네 그런 태도도, 눈빛도 너의 모든 게 증오스럽다. 널 추방할 수 있다면 난 무슨 짓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여자에게 향한 상제의 증오가 만만찮았다.
나, 이대로면 용도 못되고 죽을 텐데!
“바라시는 대로 도궐을 떠나겠습니다.”
에라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천백 년이라는 짧은 이무기 생이었지만 잘 살다 갑니……
“떠나지 말거라.”
*
“치우거라.”
“…….”
제 앞에서 사라지라던 환은 떠나려던 내 팔을 붙잡았다.
“…이렇게.”
감정 없는 눈빛으로 물건 치우듯 명령한 상제는 어디 가고.
미간을 한껏 좁히며 내 팔목을 거세게 그러쥔 환은 괴로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주길 바라느냐? 도대체 내가 무엇을 어쩌란 말이냐.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이젠 이골이 날 지경이군.”
오래 묵혀둔 증오로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서로 피어오르는 감정을 부정하고 있었다.
먼저 인정한 것은 다름 아닌 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