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간지나는 귀신이 아니라…….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변소, 아니, 화장실 귀신이 된 것 같다.
"원한다면 천도 있어."
……귀신도 파업이 되나요?
***
한을 품었지만 착한 귀신.
그게 원작에서의 내 포지션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여주인공의 인품과 능력을 부각하는 일회성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엑스트라가 바로 나였다.
“안 해!”
그렇게 살아도 어차피 소멸 엔딩, 나는 그냥 내 마음대로 살기로 했다.
“야, 왜 아침부터 여기 와서 우냐?”
“…….”
“손수건으로 눈물이나 닦아. 코도 좀 풀고. 훌쩍이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
사춘기의 남주를 서슴없이 구박했고,
“멀쩡히 있는 옆 휴게실을 두고 왜 여기서 옷을 갈아입는데?”
“……거기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죄송…….”
“거기 있는 사람들 다 내쫓았으니까 빨리 나가기나 하지?”
음료에 젖은 옷을 갈아입던 가여운 여주를 가차 없이 내쫓았으며
“어? 손수건을 안 챙겨왔네…….”
“눈은 장식이냐? 앞에 실크가 있는데 안 보여? 저걸 쓰면 될 것 아니야.”
그 외에도 휴게실을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을 구박했다.
그동안 살고 싶은 대로 산 덕에, 나는 후련한 마음으로 성불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령님, 나랑 살래요?”
나를 소멸시켜야 하는 여주도
“당신을 황실에서 모실 계획입니다. 수호신의 일종으로요.”
사춘기 내내 수없이 구박했던 남주도
“저와 함께 전대륙을 다니시죠. 싫다고요? 상관없어요.”
눈이 살짝 돈 휴게실의 단골까지.
자꾸 내게 집착한다.
……저기요, 저는 언제 소멸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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