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탄이 저를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성배기사인 그는 성배의 기적을 품고 있던 이벨라의 오랜 친구 세실리아를 모실 운명이었으니까. 천칭의 기적을 품은 그녀가 그날 거짓을 고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그날 세실리아를 지키지는 못했더라도 그 자리에서 함께 죽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기어코, 성배의 기적이 돌고 돌아 이벨라의 몸에 들어왔을 때.
그가 저를 바라보던 시선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괜찮았다.
그가 살아있었으니까. 그가 곁에 있어줬으니까.
-비효율적입니다. 애초에 당신은 허기를 느껴도 굶어 죽지는 않을 테니. 차라리, 당신이 내 시신을 보존시켜 먹는게 효율적이겠군요.
그래서, 그가 이따위 말만을 남겨놓고 이 세상에 저를 혼자 남겨놓았을 때.
이벨라는 더이상 세상을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 홀로 남은 세상을 구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말대로 트리스탄의 시신을 입에 품었다.
저의 마음을 알면서도, 이 잔혹한 세상에 홀로 남겨 놓다니. 이건 어쩌면, 한 남자에게 구원받은 한 여인의 작은 투정일지도 모른다.
평생 한쪽으로만 흐르던 애정의 물결을 보답받고 싶어서. 사랑하는 이의 시신을 먹으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그를 원망하고 싶어서.
웃기는 일이었다.
성배의 기적마저 품은 그녀가 성배 기사의 육체를 범한 순간.
그제서야 타락한 퀘이사는 기적을 잃고 죽을 수 있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평범한 사랑을 하고, 평범하게 죽고 싶다고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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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성배의 기적을 먼저 품기로 결심한 겁니까.”
신이라는 이들은 이 잔인한 세상에 저를 다시 보낸 걸까. 아니, 그럴 거라면 적어도 자신 혼자만 보내면 될 것을 왜 저 남자도 보냈단 말인가.
“잘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이 세상에 당신 홀로 남겨놓지 않겠습니다.”
트리스탄이 이벨라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의 새벽 이슬같은 푸르스름한 눈동자가 처음으로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
그 다정한 말에 이벨라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포칼립스/ 회귀/ 후회남주/ 짝사랑 여주/ 짝사랑 남주/ 상처여주/ 성배기사/ 기적/ 성녀(?)/ 쌍방구원]
미계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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