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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통해 본 미래에서 아나이스를 죽인 건 남편, 대공이었다.
"마시면서 들어요. 이건 이혼 서류. 서명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가 준 차를 마시고 그녀는 피를 토하며 싸늘하게 죽어갔다.
***
가족이라 믿었던 자들은 아나이스의 진짜 가족이 아니었다.
비싼 값에 살인귀 대공에게 팔려가게 된 어느날.
아버지의 오랜 정부는 아나이스에게 독약과 단검까지 쥐어 주며 웃었다.
"곤란한 일이 생기거든, 차라리 죽어."
벼랑 끝에 몰린 아나이스는 대공을 먼저 찾아가 말을 꺼냈다.
“계약 결혼을 제안하고 싶어요. 기한이 끝나면 죽은 듯이 사라져 드릴게요.”
당신과 안전하게 이혼해 꼭 살아남겠어.
더 이상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삶은 살고 싶지 않아.
담담한 아나이스의 말에 대공의 얼굴은 사납게 굳어졌다.
“대신 끝은 내가 정합니다. 그때까진 내 허락 없이 아무 데도 못 가는 겁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의아한 조건을 내건 대공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다그치듯 덧붙였다.
“내 눈앞에 있어야 해.”
그의 눈은 그때와 닮아있었다. 그가 건넨 차를 마시고 피를 토하며 죽어갈 때 봤던 마지막 눈빛.
그건 마치 두려움, 아니 슬픔 같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
디에고는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아나이스에게 가진 건 단지 죄책감뿐만이 아니었다는 걸.
이미 아나이스에게 저지른 실수가 많았던 그는 곧장 침실로 향했다.
지금쯤이면 또 잠에 들지 못해서 뒤척이고 있겠지.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침실은 텅 비어있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작성한 이혼 서류는 두고 갈게요. 이게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이네요.]
그녀를 닮아 곧고 바른 필체가 적힌 편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표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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