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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움으로 황태자가 된 약혼자에게 배신당했다.
가족들은 나 모르게 국가 공금을 횡령했으며,
그 대가로 온 가족이 초라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렇게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5년 전의 과거에서 눈을 떴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약혼을 무효로 만들고,
가족들이 횡령을 저지르기 전에 다함께 영지를 떠나겠어!
그런데 일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
페이칸이 내 손목을 강하게 낚아 챘다.
손목 안쪽의 여린 살을 지그시 눌러본 그가 불쾌하다는 얼굴로 이를 갈았다.
“영애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나는 그대의 정조를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는 그럴 자격이….”
“유감이지만, 오니스. 나는 단 한번도 그대를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약혼은 파혼되지 않았습니다.”
페이칸의 눈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 속에 있는 것은 감히 자신의 말을 거역한 소유물에 대한 분노와 지독한 집착이었다.
맙소사. 그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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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묻기도 뭣하지만, 입 안에 상처는 없는 거지?”
독에 당한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태평한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 안에 고인 카르빌의 독을 서툴게 뱉어냈다.
“퉤….”
침을 뱉는 것이 부끄러워서 소심하게 입가를 닦아내자 커다란 손이 내 턱을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그가 곧바로 내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제대로 뱉어. 삼키지 말고.”
“으응.”
“부끄러운 줄은 아나?”
마지못해 퉤퉤 거리며 독을 뱉자 카르빌이 나 몰래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내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아내는 순간 그의 눈빛이 다시 사나워졌다.
“아팠어요?”
깜짝 놀라서 그의 손을 확인하자 카르빌이 낮게 욕설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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