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아 죽고 이세계에 환생했다.
정략결혼 당할 위기에 처해 야반도주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어린 정령사야. 나는 이곳에 오래도록 잠들어있던 정령 차오메르테므다. 내가 특별히 네게 기회를 줄 테니 나와 계약하도록 해라.]
응? 난데없이 정령?
뭐, 조금 갑작스럽긴 해도 정령사라니 나쁘진 않…
…은 게 아니라, 대차게 사기당해서 웬 사악한 고대 정령과 계약해버렸다.
“역시. 세상을 짓밟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겁니까?”
“말도 안 돼… 어떻게 이 정도로 악랄하고 무시무시한 정령이?! 정말이지 대단한 야심을 숨겨왔구나!”
아닌데요… 진짜로 전혀 아닌데요……?
***
“리비아나. 내 리비… 내가 널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얀이 희미하게 눈웃음치며 리비아나의 뺨을 쓸어내렸다.
“응? 나를 기억해? 나에 관한 건 다 잊어버린 거 아니었어??”
“어떻게 그래. 네가 내 세상을 바꿔줬는데.”
“뭐? 내가 그런 대단한 일을 했어? ……앗. 저기 얀, 너 손에 뭐 묻었다.”
리비아나가 얀의 한쪽 손을 가리켰다.
그곳엔 물감이 실수로 튀어버린 듯 점점이 이어진, 뭔가 검붉은 색의 흔적 같은 게…
“아아…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렇지 않게 대꾸한 얀이 손수건을 꺼내 손을 깔끔히 닦아냈다.
“그보다, 리비아나.”
“응. 왜?”
“그냥… 이제는 날 떠나지 않을 거지?”
스윽.
자연스레 다가와 어깨를 감싼 커다란 손이 리비아나의 온몸을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내 곁에 있어. 그럼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줄게. 설령 그게 세상이라도, 혹은 누군가의 목숨이라도.”
속삭이는 목소리, 못지않게 녹을 듯 다정한 시선.
마주친 눈이 어둑하게 웃었다.
“전부를 줄게. 그러니 내 곁에 머물러, 리비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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