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세계관에액스트라로빙의했다/팔려가기싫어도망치다남주를만났다/남주에게취업사기를당해성기사가되었다/성격파탄자남주VS빙의자여주
“관심 없다.”
엘리언은 정말 그래 보였다. 늘 기분이 나쁜 듯이 살짝 구겨져 있는 미간도 굳게 다물어져 있는 입술도 평소와 다름이 없었으니까.
“앞으로 일일이 내게 보고할 필요 없다. 누가 널 좋아하든, 누가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하든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네. 알겠습니다.
엘리언의 반응은 분명했다. 상사와 부하. 그 이상의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런데, 그런데 왜 이 남자는 지금 죽음을 목전에 둔 이 상황에 내게 무릎을 꿇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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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힘없이 묻는 엘리언은 피로 뒤덮여 어디가 본인의 피고 어디가 악마의 피가 묻은 것인지 분간도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전 괜찮아요.”
델리아는 차마 아프다고,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아프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 거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잘 못 되는 줄 알고 너무 무서웠어.”
거짓말은 하지 않는 그답게 언제나 단단히 검을 쥐고 있던 흉터로 뒤덮인 엘리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널 잃고 싶지 않아. 인간 전부를 구원한다고 해도 네가 없으면 의미가 없어.”
엘리언이 그 붉은 눈동자를 들어 세찬 비에 하염없이 젖고 있는 델리아의 아스라한 모습을 눈에 담았다.
“도망치지 마. 내 곁에 있어. 살아도 내 곁에서 살고 죽어도 내 곁에서 죽어.”
오만하고 고고한 남자가 자신을 둘러싼 피의 장벽을 제 스스로 부수고 나왔다.
델리아는 그 순간 처음 보았다. 인류 최강의 용사, 빈틈이 없는 완벽한 구원자의 진짜 모습을.
그녀 앞에는 그저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었다.
델리아는 드디어 인정했다. 자신 또한 그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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