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남편은 말했다.
“오늘 레지나의 방에서 잘 거야.”
내 표정을 본 모양인지 남편이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하기 전 분명 그대도 허락한 일이지.”
그랬었다.
처음 그와 결혼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그는 비가 오는 날이면 다른 여자의 방에서 자겠다고 말했고 나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때는 정말로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나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려는 가족들에게서 도망칠 유일한 방법은 그와의 결혼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남편은 알고 있었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레지나를 질투하고 있다는 것도.
“그러니 이제 와서 나와 레지나가 바람이라도 피우는 것처럼 만들지 마.”
내 태도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중얼거린 남편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 이 관계를 끝낼 때가 왔구나.
그리고 그날.
나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과거로 되돌아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편과 정략결혼을 하기 전이긴 했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내 능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려 하고 있었다.
한번 죽었다 돌아온 탓일까.
새삼 이 지긋지긋한 가족들이 뭐라고 내가 그렇게까지 참고 희생을 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집을 떠났다.
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면 가족들은 분명 무슨 수를 쓰든 나를 찾으려 할 테니 최대한 그들의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마물의 숲을 선택했고, 운이 좋게도 마물의 숲 깊은 곳에 숨겨진 정령의 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는 대공성의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습득했었던 농사법으로 전원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나를 찾아왔다.
“이런 곳에 숨어 있으면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그것도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서.
“죽음은 내게서 그대를 빼앗아 가지 못해, 제이나.”
남편은 내가 죽고 회귀한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
“그대가 몇 번을 죽어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나는 그대를 내 아내로 만들 거야.”
아무래도…
내 남편도 나처럼 회귀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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