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내 말에 그 사람은 크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감정표현이 많지 않은 사람치고는 드문 일이었다.
당황한 건 오히려 나였다.
“어째서?”
“네?”
“갑자기 어째서 사랑을 거두어 갔냐는 말이야.”
그의 말에 작은 웃음이 터졌다.
내 웃음에 그의 얼굴은 묘하게 일그러졌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그렇게 되어 왔어요. 물론 당신은 몰랐겠지만.”
그는 내 감정에 관심이 없었다.
적당한 남편 노릇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안 돼. 다시 나를 사랑하도록 해.”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듯한 그의 말에 내 얼굴에선 표정이 사라졌다.
발에 채는 돌멩이보다 못한 취급을 하던 내 사랑을 이제 와서 갈구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고 그의 눈엔 절망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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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Kate, Charles Edward Perug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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