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날 대신해서 북부 야만족 왕의 신부가 되어줘야겠다는 말이야.’
하녀였던 유이스 에버렛은 제 주인인 공녀 대신 야만족들의 왕, 에드릭 데카르트 공작과 결혼했다.
소문과는 달리 그는 제법 정중했고, 그와의 생활은 평화로웠다.
에드릭에게 모든 것을 들키기 전까지는 그랬다.
‘내 아내로 살아, 내가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어. 네 말대로 헤타르의 왕녀와 혼담까지 놓친 마당에 네가 그걸 무슨 수로 보상하겠어?’
싸늘한 에드릭의 말에 유이스는 인형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생겨버린 마음은 하릴없이 그의 작은 말 한마디, 옅은 미소에 흔들렸다.
유이스는 남편을 향한 죄스러운 사랑을 홀로 삼켜냈다.
혼동과 상처가 뒤섞인 밤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내게 조금이라도 미안한가요?’
절박한 질문에도 에드릭의 눈빛은 깊고 잠잠했다. 그 고요한 응시에 유이스는 답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조금도 후회하지 않나요?’
‘너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 * *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붙들고 유이스는 에드릭을 떠났다.
보고 싶긴 했지만 더는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안녕, 유이스. 데리러 왔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연한 인사에 유이스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태연한 에드릭의 얼굴을 본 순간 깨달았다.
유이스 에버렛이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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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족 왕에게 나를 바친다 → 가짜 공작 부인이 사라졌다 제목 변경 했습니다.
표지 - Ludwig Martinelli (Schauspieler) Hans C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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