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오래된 얘기는 오래된 얘기일 뿐이에요.”
“그럴까요?”
“책장에 꽂아 둔 지 오래된 책들은 잊혀져요. 쌓이는 먼지가 그것들을 낡게 만들죠.”
7년 전, 은정의 룸메이트인 원미의 남자 친구였던 준우.
7년 전, 준우의 친구 송혁의 여자 친구였던 은정.
한때 그렇게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7년 후 준우와 은정은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예전에도 서로에게 인간적으로 호감을 느꼈던 두 사람은
만남을 거듭하면서 점차 감정적으로 끌리게 된다.
하지만, 과거의 인연은 자꾸만 은정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마치 열두 개의 미로 속에 갇힌 것처럼.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복잡한 미로에서 그녀를 꺼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준우밖에 없다는 것을.
[본문 내용 중에서]
“가끔 만나는 거 어때요?”
“오해하기 좋은 말이네요.”
“오해라고 생각해요?”
그는 말없이 웃으며 맥주를 마시는 은정을 바라봤다.
잔이 다 비워지고 난 뒤에야 그녀가 말했다.
“난 원미하고 연락 안 한 지 오래됐어요. 아예 연락이 끊긴 건 2년 넘었어요.”
“그 친구 안 본 지 7년째예요.”
“7년이요?”
“불쾌한 일이 있어서 끊어냈어요.”
은정은 잠시 갈등했다. 묻자니 구차하고 이대로 묻어 버리자니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
“나 때문이에요?”
“그 친구 때문이죠. 사람마다 용납하고 이해하는 기준이 다르잖아요.”
“그분하고 내가 헤어진 일이 계기가 됐단 얘기처럼 들려요.”
“은정 씨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그랬어도 나는 그 친구를 손절했을 거예요.”
“고맙다고 해야 해요, 미안하다고 해야 해요?”
“그런 얘긴 안 해도 돼요. 조금 전에 내가 했던 말에 대한 대답만 해 주면 돼요.”
“맥주 한 잔 더 마실래요?”
“그래요.”
은정은 직원을 부르는 그의 손을 봤다. 길쭉한 손가락과 커다란 손이 야릇한 느낌을 자아냈다.
맥주를 주문 받은 직원이 가고 나자 그녀가 물었다.
“가끔 만나자는 거예요, 사귀자는 거예요?”
“사귀자는 얘기예요.”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넘기는 은정에게 그가 말했다.
“사귀지 않는 사람하고 가끔 만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실 만큼 관대하지 못해요.”
“그게 관대한 거예요?”
“내 입으로 내가 헤프지 않다고 말하는 건 우습잖아요.”
은정이 소리 내어 웃었다.
“재미있게 말하네요.”
“오래된 얘기는 오래된 얘기일 뿐이에요.”
“그럴까요?”
“책장에 꽂아 둔 지 오래된 책들은 잊혀져요. 쌓이는 먼지가 그것들을 낡게 만들죠.”
“주말에 책장 정리부터 해야겠어요.”
“오래된 책은 버려요. 언젠가는 읽을 것 같지만 안 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