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계는 안 해도 괜찮아요.”
내 말에 케시온 비스마르크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지?”
그는 조용히 제 잔에 술을 따랐다.
컵 안에 있는 얼음이 조금씩 녹아 아지랑이를 피워가며 술과 섞어져 갔다.
“억지로 하지 않으셔도 돼요.”
난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그는 그런 내가 귀엽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렇게, 먼저 하자고 할 땐 언제고.”
그가 일어났다. 술을 한 모금 마신 그의 목 울대가 울렁거렸다.
탁. 글라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케시온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씩 내게 다가왔다.
“이제 와서 네 멋대로 안 하면 어떡해.”
내 머리를 베베 꼬며 이야기하는 그에게, 달큰한 무화과 향이 퍼졌다.
* * *
“할게요, 이 결혼.”
회귀 후, 이 지옥 같은 결혼을 다시 선택한 것은 딱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케시온 비스마르크. 그 개새끼가 죽인 내 아이 노아를 갖기 위해.
두 번째, 복수를 위해.
아이만 갖게 된다면 저 멀리 도망갈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노아와 평안한 삶을 즐기리라.
그렇게 다짐했는데…….
“당신, 단 거 좋아하잖아. 윌 애비뉴 우측 끝 쪽에 있는 디저트 가게.”
“그걸, 어떻게…….”
“몰라. 예전에 만났었나, 우리?”
제국 최고의 공작가인 비스마르크의 가주이자.
“싫은가 봐. 당신은 내가 미칠 듯이 싫은가 봐. 근데 어떻게. 우린 결혼했고, 넌 내 옆에 있고, 난 네가 미칠 듯이 좋은데. 어쩌겠어.”
무정했던 그, 케시온 비스마르크가.
“제발…… 떠나지 마. 부탁이야, 떠나지 마. 나 진짜 돌아버리는 거 보기 싫으면.”
내게 사랑을 갈구한다.
그 서슬 퍼런 벽안을 빛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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