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절친이었던 애가 광적으로 좋아했던 소설에 빙의했다.
남주의 최측근 역할로.
“수락해 주지 않으시면 삭발하겠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분명 검사였는데 집안에서는 검을 잡는 걸 반대했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이쪽도 강경하게 나가야지.
“밀까요?”
어렵지 않게 원작대로 검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쉐리야, 앞으로 나한테 형이라고 부를래?”
짧게 잘린 머리에 오라버니 되는 아이가 황당한 말을 요구해 왔다.
단순히 남동생이 가지고 싶어서 저러는 줄 알았기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들어줬다.
“요정님?”
또 다른 조연을 만나게 됐다.
미래의 직장 동료가 될 녀석이었다.
“그… 나도 루벤이나 쉐리처럼 뭐든 척척 잘하면 좋을 텐데.”
“충분히 잘하고 있어.”
“하지만 아직 마나를 못 느끼는걸.”
아이는 항상 주눅 들어있었다.
훗날 같은 주인을 두고 뼈 빠지게 일하게 될 사이.
미래의 동료를 위해 힘을 조금 써봤다.
「전부 쉐리 덕분이야. 고마워.」
편지도 자주 나눴다.
* * *
“쉐리야, 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무슨 말이야?”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에 의문을 던졌다.
그러자 얼굴이 벌게져서는 허둥지둥 댔다.
“그, 그러니까 여자를 좋아하는 느낌으로 남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날의 내 표정은 과연 어땠을까.
무슨 해괴한 질문이 다 있나 싶었다.
* * *
귀찮아서 계속 미뤄뒀던 데뷔탕트에 참석했다.
“드레스….”
“응?”
“가, 가슴이….”
녀석의 고개가 천천히 밑에서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눈이 마주쳤을 때,
“쉐, 쉐리야, 여자였어?”
“….”
녀석을 향한 한심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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