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의 아이를 임신했다.
나는 일개 엑스트라. 비중 없는 서사의 조연이었다.
그런데, 이런 조연에게는 늘 따라오는 것이 있었다.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바보같이도 남주만을 좋아하고 사랑했다는 것.
남주였던 이안 안토니오 대공은 그런 여인을 원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아이임에도 키울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이제 이런 쓰레기를 사랑하지 않는다.
***
"왜 나를 피하는거지?"
"하룻밤 자고 난게 뭐 대수였습니까?
대공께서는 원하신다면 많은 여인을 취하실수 있으시겠죠."
나는 그에게 답했다.
소설 속에서 그는 문란할 정도로 많은 여인들과 잔 남자는 아니었지만 일부러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를 경멸하고 혐오한다는 식으로.
"그날 밤 이후로, 몇주가 지났는지 알고있나.
나는 그 소식을 들었어."
설마했다. 설마 내가 감추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그는 분명 그렇게 말할 것이다.
[지워. 그 아이.]
그러나, 이안 안토니오 대공은 내 예상과는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 아이를 내게 줘. "
"무슨 말씀이신가요?"
내가 말하자 그가 다시 한번 말했다.
"그 아이를 주던지, 그게 아니라면 그대가 오도록 해.
나는 내 아이의 엄마도 필요하니까 말이야. 단지 그 이유 뿐,
다른 이유는 없어. 실비아 카레나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도 아니지."
그의 말에서는 잔인한 오만함이 늘 그렇듯 베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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