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된 건데?"
위기를 모면하려 정화를 시작했더니 목숨을 위협하는 더 큰 일들이 다가왔다.
그때마다 자신을 구해준 의뢰자는 제국의 하나뿐인 대공이라 불리고 있었다.
잔혹하리만치 아름다운 은색 사신은 제 곁에선 저를 지키고 도와주기만 한다.
그의 정화에 실패했는데도 그는 기어코 가문의 빚까지 갚아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은인이라 한들 익숙하지 않은 친절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아까 말했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믿어라.”
당신께 기대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데 왜 이거는 몰라주는 건데.
“그저 휘둘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는 사람과 결혼하길 바랄 뿐이야.”
“혼담도 거절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제가…. 제가 불쌍해요?”
이건 너무 불공평했다.
그가 아무리 대공이어도 저를 그렇게 볼 순 없다.
위로처럼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무심한 척 마음을 또 한 번 어루만졌다.
‘나만 이럴 순 없지. 마지막이니까. 당신도 한 번쯤은 내 기분을 느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가 얼마나 헷갈리는지 당신도…. 전하는 다정한 사람이니까. 이번에도 넘어가 줄 거예요. 그렇죠?’
속내를 은밀하게 숨긴 채 말간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고개를 들이민 루나가 칼리드의 코끝을 스쳤다.
곧 부드럽고 말랑한 입술이 그의 입술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얽힌 시선을 피하지 않자, 겨울을 담은 눈동자가 꽤 보기 좋게 흔들렸다.
‘이번에도 내 생각을 맞췄나요?’
두고 봐요.
내게 걸린 저주도 당신의 저주도 전부 정화하고 말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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