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조국을 멸망시킨 사내와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그의 아이를 품은 채 도망쳤다. 그것으로 그와의 인연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짐승처럼 흉흉한 눈을 한 그가 찾아오기 전까지. * 눈이 마주쳤다.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알리시아는 반사적으로 두 팔을 벌려 아이를 끌어안았다. 쿵쿵.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이 제 것인지, 뜀박질을 하다 온 아이의 것인지 그녀로선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아이를 안은 알리시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알리시아는 밀려드는 울음을 삼켜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입술에 닿은 타인의 숨결에 일리시아는 반사적으로 숨을 삼켰다. 입술을 쓸어내리는 사내의 숨이 유난히도 뜨겁게 느껴졌다. "다른 사내의 아이라도 상관없어.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설령 역적의 자식이라도 내 아이로 키워주지."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전하의 핏줄로 키우시겠다고요?" "그래."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알리시아는 숨 쉬는 것도 잊고 눈앞 사내를 가만히 응시했다. 이 순간에도 그녀를 오롯이 담아낸 황금색 눈동자는 여전히 태양처럼 눈부셨다. 그 찬란함에 눈이 멀어버린 지난 세월처럼. "더는 아이 핑계를 대며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알리시아의 어깨를 움켜쥔 사내가 굶주린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나는 지금도 내게서 그대를 앗아간 저 작은 생명체를 으스러트리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있으니까." 알리시아는 밀려드는 울음을 삼켜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굳은살이 징처럼 박힌 커다란 손에 잡힌 살갗이 덴 듯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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