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의 남편과 뒹굴다 가문을 박살내고
사형까지 당하는 빌런캐인 것도 모자라,
불륜녀로 낙인찍히는 타이밍에 빙의한 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시오.
...X발!
친구의 남편을 빼앗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니라
소설 속 악녀 ‘라세리엘 플루벤느’가.
이 난관을 타개할 방법은 유일했다.
여주와 남주가 협력하기 전에
남주를 먼저 만나서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좋습니다, 도와드리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봐요.”
“들어줄 겁니까?”
“안 들어주면 안 도와줄 거예요?”
“아마도.”
어차피 답이 정해진 거면 왜 물어보냐.
능글맞은 캐릭터라 좋아했는데
막상 당하니까 짜증이 났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필요했기에 억지웃음으로 답했다.
“그렇다면 말해요. 들어줄게요.”
“나랑 결혼합시다.”
당황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너무 뜬금없는 데다 그는 결혼 상대로 최악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내 얘기, 제대로 들은 거 맞아요?”
“물론. 그래서 나랑 결혼할 겁니까, 안 할 겁니까.”
잔뜩 휘어진 눈매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절대적 을로서, 한 번 더 인내심을 발휘했으나.
“대체 무슨 꿍꿍이죠?”
“맞춰봐요.”
초딩 수준의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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