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그보다 더 엉망인 선 자리는 없을 거다.
세진은 거울로 제 모습을 마주하고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땀이 비 오듯 흘렀는지 얼굴에는 호박처럼 잔금이 죽죽 그어진 땀 자국에 미용실에서 붙여준 가발과 속눈썹은 너덜너덜하고 심지어 눈 화장이 번졌는지 판다가 되어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선을 보러 간 거라고?
여친과 헤어졌다는 성현과 술 한잔 마시고 기억이 끊어진 세진.
분명 집에도 잘 돌아왔고 선을 잘못 본 것 외에 이상할 일이 없어야 했는데…?
침대 밑에서 자는 저 생명체는 뭐지?
국자를 들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와 침대 아래의 생명체를 번갈아 보는 엄마.
하얗게 비어버린 기억.
끊어진 필름은 다급한 그녀의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 엄마한텐 아무 말 말고 밥만 먹고 가.”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겠는데.”
남자의 말과 그의 찬란한 미모에 기함하며 눈을 크게 부릅뜬 세진.
“뭐?”
“네가 나 책임진다며, 네가 한 말에 책임은 져야지. 아무리 술김이었어도.”
“내가?”
“그래. 네가.”
“언제?”
“새벽에. 굳이 날 책임지겠다며 너희 집으로 끌고 들어왔잖아.”
“내가?”
“그래. 네가.”
분노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엄마의 국자 마사지를 무사히 넘어가기는 포기해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