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이럴 거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왕실 최초의 쌍둥이는 불길한 존재로 낙인 찍혔고, 로엘린은 자신을 지운 채 별궁에 갇혀 살아야만 했다. 안 그래도 억울한데 쌍둥이 언니 대신 괴물의 신부가 되라고……? ‘차라리 잘된 일이야.’ 이 커다란 감옥을 벗어날 수 있다면 괴물 황제의 아내가 되어 주겠다. “세로이프에 온 것을 환영하오, 에리타 왕녀.” “제국의 주인께서 이렇듯 반겨 주시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잔뜩 각오를 다지고 제국으로 향한 로엘린. 그런데 괴물이라던 케르겔이 의외로 자상하다. “로엘린. 그대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 원래 이름보다 이쪽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자꾸만 이상하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케르겔 앞에서 로엘린은 무사히 가짜 신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미리보기 “좋아. 허락하지.” “……!” 로엘린의 푸른 눈이 크게 뜨였다. 케르겔이 그녀를 힐끗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지? 기대도 하지 않은 말을 들은 사람처럼.” “아……. 솔직히 그다지 기대를 했던 건 아니거든요.” 로엘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꾸했다. 그러자 케르겔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괜한 짓을 한 거로군. 왕녀, 그대는 기대도 없이 꺼낸 말이었는데.” “하지만 그만큼 폐하의 너그러움에 감격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녀는 한 손을 가슴 위쪽에 댄 채 허리를 숙였다. 단정하게 틀어 올린 머리 아래로 새하얀 목덜미가 드러났다. 어째서일까. 그 순간, 케르겔은 가슴속에서 묘한 불편함이 번져 나가는 걸 느꼈다. 그로서는 딱히 무엇이라고 간단히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서둘러 몸을 돌리며 말을 덧붙였다. “그럼 이따가 만찬장에서 보도록 하지.” “예, 알겠…….” 로엘린은 그에게 대답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그가 이미 침실 밖으로 나가 버린 터라 허공에 대고 대꾸한 셈이 되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성격이 꽤 급한 편인가 보네. 그래도 내 부탁을 들어준 걸 보면,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로엘린은 라카인에서 접했던 ‘세로이프의 황제’에 대한 소문을 잠시 떠올렸다. 잔혹한 괴물이라던 남자. 피에 젖어 있지 않은 날이 드물다던 남자. 그래서 제 쌍둥이 언니가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공주로서의 지위조차 내팽개치고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소문이 과장되었던 걸까.” 그녀는 침실 문 쪽을 바라보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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