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강요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했다.
귀족과 군부, 서로 잡아먹을 듯 증오하는 세력의 동맹을 위해 억지로 맺어진 혼사였다.
남편의 냉대와 시댁의 노골적인 배척에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던 어느 날.
“화, 황제 폐하께서 시해당하셨습니다!”
초월자의 손에 황제가 시해되며, 시댁을 필두로 한 군부 세력이 권력을 찬탈했다.
황실에 충성을 바치던 귀족들은 무참히 처형당했다. 내 아버지와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의 목이 잘리는 순간을 고스란히 목격하고.
“아, 아, 아니야....... 아니야! 언니!”
끝내 황후였던 언니마저 무참히 처형당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본 순간.
나는 진심으로 죽음을 원하게 되었으나.
“너는 결코 죽을 수 없어. 내가 살아있는 한.”
나를 미워하던 남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나의 죽음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문이 몰락하고 가족들이 처형당한 상황에서, 홀로 살아남은 끔찍한 현실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나는.
감시의 눈길이 잠시 빗겨나간 때, 창가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모든 비극이 시작되기 전의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
두 번 다시는 언니와 동생을 잃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황후인 언니를 데리고 달아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때까지 두려워 피하기만 했던 현실과 맞서기로 결심했다.
예기치 못하게도 특별한 힘을 손에 넣기까지 하였으니 더더욱 물러설 수는 없었다.
시댁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곧 일어날 반역으로부터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랬더니.......
“너 같은 아이를 저 한심한 놈에게 얽매여 살도록 둘 수는 없다. 그냥 이혼하고, 내 여식으로 들어오는 것이 어떻겠느냐.”
친아들을 향해 너를 호적에서 파버리고 며느리인 나를 양녀로 들이겠다는 진심 어린 협박을 건네는 시아버지에.
“헬렌, ......난, 너와 남매가 되고 싶지 않아.”
처음으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내게 매달려오는 남편과.
“약해 빠졌으면 몸 사릴 줄도 알아야지. 괜히 마음 쓰이게 하지 말라고!”
이능력을 사용하다 기절한 내게 총을 주며 짜증 섞인 걱정을 건네는 시누이까지.
“......이 사람들이, 다 뭘 잘못 먹었나?”
반역만 무마시킨 다음, 이 악당 가문의 전 며느리가 되려고 했는데.
시댁 사람들이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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