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받는 그릇.
다른 말로, 씨받이 무당.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 ‘샤먼’은 그런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초에 신이 내려올 리는 없었다. 신은 없었으니까.
그걸 아는 이들은 그 ‘고귀하고 순결하다’는 샤먼을, 내 몸을 이용해 욕구를 풀고 욕망을 축적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밤, 신에게 나의 죽음을 기도한다.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가 인간의 모습으로 달라붙기 전까진.
“하란아아, 우리 그거 또 하자. 응?”
시도 때도 없이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 오는 이 자식이, 알고 보니 내 신이란다.
나는 저 멍청한 남자, 아니, 나의 신을 받아야 한다. 내 안에 그를 품고, 뱃속에 씨물을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까.
하지만 정말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나면? 그다음은?
“단순하게 생각해. 발정이 나면 풀어야지. 안 그래?”
그런 내 혼란을 읽기라도 한 듯, 남자가 살살 웃으며 나를 달랜다.
“새끼 가질 생각은 없어. 걱정하지 마.”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 멍청한 신을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 * *
#오메가버스 #동양오컬트 #현대물 #인외존재 #오해/착각 #구원 #초반달달후반마라
공: 도하(??, 192cm)
#신령공 #여우공 #미인공 #능글공 #초딩공 #울보공 #헌신공 #집착공 #후회공 (숨은 키워드 있음)
-영물로 모셔지는 눈표범으로, 모종의 이유로 몇백 년 만에 눈을 떴을 땐 온몸이 작고 나약해져 있었다. 좋은 향을 따라가니 그렇게나 멸시하던 ‘인간’을 맞닥뜨리지만, 어쩌다 보니 그 인간의 주변에 머무르게 된다. 이 맛있고 어리석은 인간을 적당히 취하다가 떠날 생각이다.
수: 신하란(22, 171cm)
#신도수 #병약수 #체념수 #임신수 #도망수 #미인수 #굴림수 #짝사랑수 #기억상실수 #상처수 #다정수
-눈표범을 모시는 신당의 샤먼으로, 육체적 순결 빼곤 모든 게 상품으로 팔리는 도구로서 살고 있다. 그런 삶에 체념한 채 죽음을 향한 느리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데, 존재할 리 없다고 믿었던 신이 고양이의 모습으로 내려왔다. 강제로 연장된 생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연하던 중 마음의 등불이 하나둘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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