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채윤진
윤진은 최대한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대학교 신입생 시절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함께한 그 얼굴.
악연이라고 하기엔 악의가 없었지만, 굳이 말하자면 라이벌 의식이 좀 있었달까?
도진은 언제나 선한 얼굴로 여유 있는 모습만을 보여주었으니까.
덕분에 원치 않게 그 얼굴이 눈앞에 그려질 때면, 윤진은 원망 비슷한 감정으로 시작해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니 도진과는 당연히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이런 식으로, 같은 회사에서 같은 직급으로는.
이도진
마음이 온통 한곳에 쏠려 집중하자고 자신을 타이르느라 진이 다 빠졌다.
조금만 뛰어가면 금방 가닿을 곳에 그녀가 있었으니까.
처음 본 그 날부터 어린 애답지 않은 달관한 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
그런데도 맑게 빛나는 저 두 눈을 가까이서 보고만 싶었다.
다시 만난 그녀는 당황과 불쾌함 사이 어딘가 형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분명하게 느꼈다. 윤진의 그 깊은 두 눈 속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감지되는 떨림을.
*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지 이내 윤진의 눈빛이 건조해졌다.
그마저도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면 미친 생각일까.
도진은 그저 좋았다.
윤진의 시선이 자신에게만 향해 있는 순간이.
“너 왜 나한테 잘해줘?”
예상치 못한 윤진의 질문에 도진은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너를 좋아하니까.”
도진의 대답에 윤진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그럼 따라와.”
술도 잔뜩 취했을 텐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윤진은 거칠게 도진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