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가 여주와 바람났다.
“이제야 깨달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꽃이 아니라 나무토막이라는 것을”
파혼 통보를 받던 날
금단의 주술에 손을 대 스스로 자멸하는 악녀라는 걸 깨달았다.
이상하다고 여겼었다.
여주를 후원하는 아버지
여주를 사랑하는 둘째
여주와 소꿉친구인 셋째
그리고 여주에게만은 관대한 첫째,
"내가 눈에 띄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 괴물 같은!"
소설 속이라는 걸 알았으니 내가 변한다면 이들도 후회할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쨍그랑
접시가 요란하게 떨어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
"어쩜 에리엘과 이리도 다른 것이야!"
저들의 같잖은 애정 따윈 필요 없으니까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제발 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다오"
"내가 잠시 미쳤었어 라벨라 아직 날 좋아하잖아?"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비는 아버지와 혈육들
나를 벌레 취급하던 남주도 후회하기 시작한다.
역겨운 이들이 없는 곳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도망 간 곳이 겨우 여기라니"
등 뒤로 울리는 섬뜩한 웃음소리, 단도를 꺼내 그의 목에 겨누었다.
“당신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미친놈”
“미친놈인 줄 알았으면 도망가지 말았어야죠 벨라"
목선을 따라 핏물이 흐르는데도 내게 뻗는 손은 막힘이 없다. 그는 쇄골을 문지르며 말했다.
"잊지마요 당신은 내 신부라는 걸"
잊을 리가
한낱 엑스트라인 줄 알았는데, 흑막인 너를
"잊을 리 없지"
핏빛 눈동자가 예쁘게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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