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적 있던가?”
“글쎄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나는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왜냐면 잊을 수 없는 악연이었으니까.
이 남자 때문에 나는 누명을 쓰고 죽었으니까.
하지만 테오도르 경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싫어한다는데 왜 자꾸 고백하는거지?
“내가 안 좋아 질 수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 잘해주는데도 싫다고?”
“그거야….”
전생에 너 때문에 내가 죽었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어.
나는 얼버무렸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그의 관심이 식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에릭이라고 부르시오.”
도련님은 갑자기 내게 존대했다.
나는 비록 귀족 신분을 되찾았으나 그전에는 그의 집에서 일하던 하녀였다. 이렇게 낯선 상태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조차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매일 반쯤 벗은 그의 몸을 보았고, 그의 속옷부터 침대 시트까지 내 손으로 빨래하고 정리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대꾸했다.
“모르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아직 어색해서….”
“헤일리 양이 그렇게 가버리고 나서 나 역시 혼란스러웠소. 나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을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말이오.”
“네? 그냥 편하게….”
도련님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나와 결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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