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자면 되잖아. 당신 남편이 침대 옆자리에 정부를 눕혔던 것처럼."
남편의 철천지 원수를 직접 내 침대에 들였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황후, 당신에겐 여자로서 교태라곤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어. 그게 당신이 이 황실에 바쳐야 할 유일한 의무였을 텐데."
황제이자 남편이었던 그가 먼저 날 버렸기 때문이다.
내 절친을 옆구리에 끼고, 내 자리였던 그의 침대에서 함께 애를 배고.
아무리 회귀해도 이 비극의 결말은 바뀐 적이 없었다.
이제 몇 번째 삶인지조차도 잊어버렸을 때, 그 남자가 찾아왔다.
"죽지 마. 당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북부 아티칸 대륙의 노르덴 왕국에서 볼모로 온 버려진 1왕자, 지크프리트였다.
“그러니 나와 함께 가자, 황후. 그럼 소원대로 당신이 몇 번이나 버리고자 했던 그 삶, 내가 가져가 줄 테니까.”
사내의 예리한 미성에서는 오랫동안 녹슨 날붙이의 냄새가 났다.
나는 그만 그 남자를 침대에서 안고 말았다.
이젠 둘도 없는 남편과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와 각인해. 그 새끼한테서 당신을 뺏어올 수 있게.”
이번 생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 절망했던 어느 날.
검은 복수귀가 거래를 청해왔다.
내 복수의 끝마저 외롭게 두지 않겠다고 유혹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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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