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버리지마!"
눈을 떠보니 좀비물이었다. 막 목을 물리기 직전의 상황으로.
아니, 내가 좀 짜증 내고 트롤 짓을 했다지만 그래도 버리고 가지 마!
간절한 애원을 뒤로하고 도망치는 이들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갔다.
콰득!
···빙의한 지 5분 만에 좀비에게 물려버렸다.
“페넬로페, 무사했습니까?”
무사히 돌아온 내 모습에 놀라는 이들을 뒤로 한 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어떻게···.”
“다행이에요, 전 영애가 물린 줄 알고 걱정했는데!”
안심된다는 듯 와락 날 끌어안는 여자의 먹음직한 체취에 입이 자꾸만 벌어졌다. 지금이라면 콱 물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 경계하듯 칼을 힘줘 쥔 대공에 정신을 꽉 붙든 채 본능을 억눌렀다.
1년만 버티면 약이 개발될 텐데, 괜히 여기서 죽을 순 없었다.
“운이 좋았어요.”
“응, 정말 다행이에요!”
다시 한번 풍겨지는 달콤한 체향에 정신이 혼미했다.
···조금만 참았다 단둘이 떨어지는 기회를 노려야겠다.
날 버리고 도망친 이들이었다.
그러니 하나 정도는 물어도 괜찮잖아?
***
기회를 엿보며 주인공들의 탐사를 따라다녔다. 딱 하나만 물면 이 갈증도 사라질 것 같은데, 기회가 없다.
그 와중에 주인공들이 단단히 오해하기 시작했다.
“페페, 너 몸이 너무 차. 무리하는 거 아냐?”
“왜 항상 그대가 위험한 탐사를 도맡는 거야. 그대는 좀비에게 물리지 않기라도 한다는 건가? 제발 몸 좀 아껴!”
“그간 내가 널 오해했던 것 같아, 페페. 부디 용서해줘.”
···나는 그냥 한번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민폐 악녀캐였던 내가 숭고한 인류애를 실천하는 백의천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좀비였고
놈들의 달콤한 체향은 점점 무르익어 참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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