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녀는 반역자의 밤시중도 들 수 있습니까?”
“…물론.”
몸 따위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목숨도 내줄 심산이었다.
리샨의 목표는 오직 복수였기 때문에.
***
피의 축제일.
리샨은 눈앞에서 반역자 ‘붉은 황제’의 손에 가족을 모두 잃었다.
제 손으로 반드시 그를 죽여 버리리라 맹세했다.
리샨에게 암살 기술을 가르친 건 정체 모를 남자 히스.
“왕녀, 황궁에 잠입해서도 이렇게 눈물을 흘리면 안 됩니다.”
젖어 있는 뺨을 스치는 손길이 따뜻했다.
처음으로, 복수가 끝난 뒤에도 살아남고 싶어졌다.
***
침실에는 오직 단 둘뿐.
붉은 황제의 목을 감싸안은 리샨의 손이 기쁨으로 떨렸다.
마침내 기회가 온 것이다.
붉은 황제의 목덜미에 검을 꽂아넣을 단 한번의 기회가.
그런데 어째서.
그자에게서 히스의 흔적이 보이는 걸까.
귓가에 울리는 그자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기회를 줄 때 찔러. 안 그러면 영영 나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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