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죽는 용두사망인 소설 속에 빙의했다.
그것도 존재감 따위 없는 일회용 엑스트라로.
내가 빙의한 릴리아네프는 여주의 언니이자 남주의 정혼자였다.
그러나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그녀는 결혼식을 앞두고 사랑의 도피를 했다.
남주와 여주를 이어주는 오작교.
그걸로 그녀의 역할은 끝이었을 텐데….
내가 빙의한 세계의 대공 전하께서는 릴리아네프가 도망친 후 180˚미쳐 버렸다.
식음을 전폐하고 눈에 거슬리는 것들의 목을 서스럼 없이 베는 걸로도 모자라 릴리아네프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다.
찾아서 그녀를 죽이겠단다.
자신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
릴리아네프의 몸으로 산지 어느덧 6회차.
나는 살기 위해 최애의 전속 하녀를 자처했다.
여주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 릴리아네프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없앤 뒤에 도망치려 했는데….
무심하기만 하던 최애의 상태가 이상하다.
자꾸만 나를 곁에 두고 만지려 든다. 잘 때도 함께 자려 하고 내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거기다… 내 정체를 들킨 것 같다.
“너를 보면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올라. 닮은 구석은 조금도 없는데.”
“대, 대공 전하.”
“그래서 기분이 더러워.”
“…읏!”
창백해진 뺨을 간지럽히던 커다란 손이 내 목을 우악스럽게 쥐었다. 뒤이어 나를 회유하는 듯한 목소리가 넝쿨처럼 전신을 옭아맸다.
“살고 싶다면 이제 그 작은 입으로 지껄여 봐. 네 정체가 뭔지.”
……젠장. 나 무사히 퇴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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