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이 불타고 가문이 몰락하던 밤, 라티폴리아는 떠올렸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처절한 생을.
'이번엔 달라.'
변경백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더 이상 무력하고 무지한 천애고아가 아니었다.
전쟁을 막기 위해 세계의 초월자를 깨우고, 황제와 딜을 했다.
모두를 지켰으니 이제 평화로운 나날만 펼쳐져야 할 터인데….
“라티? 오라버니라고 불러주겠니?”
"예?"
저는 외동인데요.
걸핏하면 애칭을 남발하는 초월자가 오빠를 자처한다.
그는 집착이, 아니 과보호가 심했다.
“라티폴리아, 폐하께서 너를 차기 황후로 지목하셨다.”
“아버지, 이건 말도 안 되잖아요. 제발 거절해주세요. 네?”
이미 면식이 있어서, 황제에게 얼굴을 보여선 안 되는데.
잠깐 보고 오는 것도 아니고 황후가 되라고?
이때, 아스포델이 과보호를 시전했다.
“맞습니다, 아버지. 그놈에게 라티를 보내는니…….”
짙은 살기를 띈 그가 전쟁에 나가는 기사보다 비장하게 말했다.
“제가 가는 편이 좋겠군요.”
***
“영광으로 여기도록. 그대는 유칼로시아의 달이 될 것이다.”
“폐하,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단, 기한은 1년. 그 후에는 그대가 원하는 작위와 재물을 내어주지. 어떤가?”
"…뭐든지요?"
"무엇이든."
“콜.”
하늘이 내린 기회였다. 자신이 품은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
그녀는 혀 아래 잔뜩 고인 침을 삼키며 침착히 말했다.
“대신 말씀드린 보수는 선불로 받겠습니다.”
“방금 말한 전부를 말인가?”
“네. 작위와 하사받을 영지의 흙 알맹이 하나까지, 전부요.”
“레이디 라티폴리아. 협상은 동등한 힘을 가진 자들끼리나 하는 것이지. 그대가 감히….”
와장창-! 멀쩡히 걸려있던 초대 황제의 초상화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미친….’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이 마치 박살난 제 꿈의 일부 같았다. 무심코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이런, 폐하의 망발에 신께서 노하셨나 봅니다.”
작품 관련 문의:
[email protected]
*소개글과 제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표지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