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남주/상처여주/무심여주/아포칼립스 회귀물/남주굴림물/남주데굴데굴구름]
언니 이스테티아의 죽음 이후로, 벨레디 시란사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랑한 부모님은 등을 돌렸고,
세상은 그녀에게 돌을 던졌으며,
신이 내린 재앙은 인생을 끝없이 좀먹었다.
그러나 그중 가장 아팠던 것은 약혼자의 태도였다.
예카넨 티테네스.
밤처럼 검은 머리카락과 심해를 닮은 푸른 눈, 독사같이 잔인한 혀를 가진.
-이스테티아의 반만큼은 해내야 할 것 아닙니까.
본래는 이스테티아의 것이었던.
-이스테티아가 괜한 희생을 했군요.
차갑고, 아름다운 남자.
예카넨은 벨레디의 첫사랑이었다. 벨레디는 그를 사랑하고 동경했고, 그만큼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예카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던 7년의 끝은 결국 죽음이었다.
시란사의 마법사로서 맞서야 했던 재앙의 발톱에 찢긴 채로 벨레디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모든 게 끝인 줄 알았는데.
“잘 잤어, 벨라?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벨레디는 티끌 하나 없이 고운 언니의 얼굴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스테티아?”
* * *
과거로 돌아온 벨레디가 해야 할 것은 단 하나였다.
스스로를 제물로 바쳐 언니 이스테티아를 살리는 것.
다행히 그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행복하지 않아 죽고 싶으신 거라면, 제가 시란사 양을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벨레디는 여전히 잘난 얼굴로, 그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죽다 살아나서 보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얼굴이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행복을 가져다 드릴 테니.”
예카넨 티테네스가, 드디어 미쳤다.
“시란사 양께서는 그때까지 죽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예카넨은 입꼬리를 올렸다.
수려한 미모만큼 찬란한 미소였는데, 벨레디는 이상하게도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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