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시 속 민폐 조연의 몸에 빙의했다.
악신의 신탁밖에 듣지 못하는 가짜 성녀는 진짜가 나타날 때까지 민폐만 끼치다 남주의 손에 죽는다.
‘아무튼 날씨를 알려주면 된다 이거지?’
다행히 나는 신탁 없이도 예언을 내릴 수 있었다.
예언이 맞아떨어지자 언제 나를 무시했냐는 듯 사람들의 태도가 공손해졌다.
괘씸하긴 하지만 재난이 닥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
진짜 성녀가 나타날 때까지만 버티자!
[악신을 믿기 vs 악령을 믿기]
[커피 마시기 vs 피 마시기]
[죽기 vs 까무러치기]
……그런데 선택지 상태가 왜 이래?
여기 정말 연애 게임 속 세상 맞아?
밸붕 선택지도, 호감도 대신 다른 게 오르는 것도 불안하다 싶더라니
내 입에서 떠나겠다는 말이 나온 순간 제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봉급을 두 배, 아니, 네 배 더 올리고 전속 사제를 원하시는 만큼 붙여드리겠습니다!”
“그 어떤 신관도 성녀님을 체벌할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예언도 내키실 때 내려 주시면 됩니다!”
콧대 높던 신관들이 머리를 숙이며 나를 붙잡는다.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 테니 신전을 떠나지만 말아 달라고 빈다.
게다가,
“놓아드리기 싫습니다. 계속 제 품에 있으십시오.”
만인에게 다정한 성기사가 지독한 소유욕을 드러내고,
“이 몸 전용 모자걸이가 가긴 어딜 가.”
약혼자는 트로피 신부에게 과할 정도로 집착하질 않나,
“누가 내 친남매라고?”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싸가지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
“누님. 나 버리지 마.”
미친 듯이 후회한다.
진짜 성녀도 나타났겠다 나한테 볼일 없잖아.
실컷 괴롭혀 놓고 이제 와 왜들 이래?
‘안전 퇴사하고 싶다고!’
퇴사일은 다가오는데 흑막 황태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그의 동생도 어쩐지 신경 쓰인다.
나, 여주한테 무사히 인수인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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