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우리가 서로를 몰라주면 누가 알아요.”남편 장준성의 폭력에 시달리다 삶의 의지와 존엄성을 잃고 한강에 스스로 몸을 던진 서진. 그녀가 떨어진 곳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만이 떨어지는 사후세계다. 이 사후세계에 온 모두에게는 의무가 있다. 자신은 볼 수 없는 목 뒤에 엉킨 매듭을 전부 풀어야만 진짜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매듭을 푸는 방법은 단 하나, 타인과 ‘일정 농도 이상’의 ‘긍정적인’ 스킨십을 나눠야 한다. 서진은 이 세계의 사람들이 서로 있는 힘껏 관계를 맺으려 하는 모습에 겁을 먹고 숨어버린다. 사람들의 손길을 피해 다니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할 때, 서진은 옛 애인 건웅과 마주친다. 자신이 죽을 때만 해도 멀쩡히 살아 있던 건웅을 보고 의아해진 서진. 온실 속의 화초처럼 중산층 가정에서 평온하게 삶을 영위하던 그가 죽은 이유를 짐작할 수 없지만, 서진은 건웅에게 섣불리 묻지 않고, 건웅 역시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서진과 건웅은 매듭 풀기를 포기하고 이 세계를 유영하다 우연히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 선형과 함께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살아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한 안정과 행복. 하지만 서로의 매듭이 하나씩 풀리는 것을 보며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서진의 남편이었던 장준성이 이곳에 등장한다. 그리고 선형이 장준성의 강요로 인해 동반자살처럼 보이는 타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 세계에서 온전히 휴식을 얻고 싶어 하는 선형을 위해 서진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낸다. 바로 장준성을 심판하는 것. 내게만 악인이었던 자보다, 남에게까지 악인인 자에게 행하는 심판이 서진에게는 더 용기 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죽은 자를 어떻게 심판해야 할까. 그 심판은 정당한가. 우리의 삶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