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대체 언제 이혼하실 생각인가요?"
"이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이혼 같은 걸 할 리 없잖아."
저주에 걸린 나를 혐오하고 미워하는 사람들 사이.
오직 내 운명의 상대인 내 남편, 에녹만이 나를 사랑했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애초에 이혼 같은 건 선택지에 없었어. 내가 그 금덩이를 누군가에게 남겨주는 바보 같은 짓을 할까."
평소와는 다른 차가운 어조, 시정잡배나 쓸 것 같은 거친 말투.
순간 에녹이 말하고 있는 게 아닌 줄 알았다.
"왕녀를 받아주는 조건으로 로이덴 왕국에서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지, 그대도 잘 알고 있지 않아? 그 혜택이 황실이나 위덴트 대공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올라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야. 그러니까…….”
본능이 경고했다. 빨리 자리를 피하라고. 이건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혼은 안 해. 이혼할 바에는 죽여야지."
“하지만… 그러면 너무 가엽지 않나요?”
“그런 걸 걱정하다니. 그대의 마음씨는 그 외모만큼 아름답군.”
“어머, 과찬이세요.”
“걱정하지 않아도 적절한 시기에 정리할 거야, 마거릿. 네가 걱정할 일은 없어.”
그리고 모든 진실을 들킨 에녹이 내 목을 비틀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왕녀님께도 못 할 짓을 해서 안타깝고요. 하지만 3년 동안 저는 좋은 남편이지 않았나요?”
“끄읍…….”
“왕녀님이 이런 앙큼한 짓만 벌이지 않았어도, 더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죽음의 순간 나는 후회했다.
에녹을 의심하지 않은 것.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에녹의 품 안에서 안주한 것.
그리고 죽음의 끝, 나는 에녹과의 결혼식 날로 회귀했다.
다시는 당신 손에 놀아나지 않을 거야.
그런 생각으로 에녹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등바등 발버둥 쳤을 뿐인데.
“대체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그냥 저를 놔주세요.”
“제가 그대를… 사랑하니까요.”
“그게 무슨….”
“사랑해요. 세실리아 그대를. 진심으로.”
한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온 남자의 얼굴이 추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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