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희대의 살인마라 불리는 남주의 가정교사로.
여자 주인공에 빙의한 줄 알고 신나게 계단을 뛰어내려갔지만,
“루한….”
눈앞에는 시뻘건 피로 물든 살육의 현장이 펼쳐졌고,
“아, 선생님. 아직 안 가셨네요?”
“어? 어…! 어! 이제 가려고!”
“배웅해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나 혼자 갈 수 있어.”
남주는 유일한 목격자인 나를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다시 얻은 새 삶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내, 내가 도와줄게.”
“도와준다고요?”
“그래, 혈흔 지우는 법을 알고 있어.”
그에게 가담하는 척 도망가려고 한다.
그리고 시체를 운반하는 척 문 밖으로 나간 순간,
“선생님.”
“루한….”
“지금 나한테 오면 봐줄게요.”
“루한, 제발…!”
“근데 도망가면 그땐 선생님도 죽어요.”
기다렸다는 듯 문 앞에 서 있는 남주가 보였다.
“그러니까 말 들어.”
다정하고도 광기 어린 눈빛을 비추며.
* * *
죽을 줄 알았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저택에 완전히 감금 당한 채.
그렇게 수많은 데드플래그들 속에서 잡초처럼 생존한 나는,
“전 선생님이 좋은데, 선생님도 제가 좋죠?”
하다 하다 남주를 조련하기에 이르렀다.
“선생님, 이름 불러도 돼요?”
“이미 불렀잖아.”
“응, 세렌느.”
“이름 부르니까 좋다.”
반말은 하라고 한 적 없는데.
그렇게 그와의 기묘한 동거도 잠시, 이 사회성 결여 인간은 내게 점점 이상한 집착을 하기 시작했고,
“선생님은 날 평생 떠나지 않을 거죠?”
“…….”
“응?”
호시탐탐 탈출을 감행하던 나는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오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안녕, 세렌느.”
“루한…?”
“잘 지냈어? 난 잘 못 지냈는데.”
결국 그에게 다시 붙잡혀 버렸다.
“넌 얼굴이 좋아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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