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 악역에게 빙의했다.
그것도 남주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가짜 성녀이자, 남주의 고아원 동기로.
원작대로 열심히 악녀를 연기했고 의외로 소질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남주 손에 죽을 때는 후련함밖에 없었다. 이제 집으로 가는구나 하고.
하지만 과거로 돌아왔다. 그것도 남주랑 같이.
나도 회귀한 걸 들키지 않으면서, 남주를 엔딩까지 끌고 가야 한다.
빠른 엔딩 후 귀가를 위해 이번엔 착하게 연기해보기로 했다.
근데 남주가 너무 의심이 많다.
제발 부탁인데 남주야, 나 좀 그만 노려보지 않을래?
이렇게 착하고 상냥한 친구를 왜 자꾸 의심하는 거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응?
* * *
문을 박차며 방 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인영이 놀란 듯 어깨를 들썩였다.
동그랗게 눈을 뜬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제 눈이 닿는 곳에 있으라고 몇 번을 말합니까.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날카로운 말을 입 밖으로 쏟아내며 그녀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가까운 거리감에 당황한 듯 비틀거리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제보다 더 얇아져 있었다.
“아니면, 그놈한테 가게?”
걱정을 숨긴 채 셰리히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 *
‘……화장실도 허락 맡고 가야 되니?’
이런 식으로 친해질 생각은 없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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